6. “부사장님은 안 드세요?” “이거 1인분인데.” “네? 왜요?” 왜요? 윤형이 피식 웃으며 이지의 말을 나직이 따라 하곤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아, 그러니까 제 말은…… 물론 양이 많긴 한데 혹시나 저만 먹나 해서요.” “맞아요, 이지 씨만 먹는 거.” “네? 왜요?” 이지는 또다시 ‘왜요’를 발사하고 말았다. 윤형이 계속 이유를 묻지 않고는 배...
5. “합격이라고, 배이지 씨.” 윤형이 웃음기 밴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말했다. “합……격?” 어째서? 이지의 동그랗게 커진 눈이 좀처럼 평소 그 차분하고 새침하게까지 보였던 눈매를 회복하지 못한 채 윤형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상모를 돌리지도 죽는 시늉도 하지 않았는데? 뭐 굉장한 질문을 받은 것도 아니고 제대로 대답을 한 것도 없는데? 방금 합격이라는 ...
4. “…….” “…….” 사람을 왜 저렇게 봐. 이렇게 명확한 상하 구도로 눈빛을 교환한 적이 드물었기 때문에 이지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누군가 자신을 저토록 노골적으로 내려다보면서, 저토록 다정한 눈웃음을 만들고, 그러면서도 저토록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 아. 있구나. 있어……버렸네. 떠올려선 안 되는 기억이었기 때문에 이지는 저도 모...
3. 건물주가 좋아하는 사람이란 어떤 이일까. 올리면 올리는 대로 군말 없이 꼬박꼬박 월세를 내는 사람? 장마 때만 되면 천장의 벽지 가장자리로 물이 새고,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환풍기를 보고도 꾹 참고 못 본 척하는 사람? 작은 인테리어 소품 하나를 달 때도 미리 허락을 받고, 몸소 검사를 나온 건물주에게 커피까지 내려주면서 별 그지같은 아재 개그를 들어...
2. “왜 그렇게 웃으시는 거예요?” -하는 말을 이지가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상대가 무려 회사의 부사장씩이나 되는 인사라서만은 아니었다. 목 끝까지 차오른 질문을 꿀꺽 삼킨 이유는 오직 하나, 상대가 ‘강윤형’이라서였다. 대화를 나눌수록 상대가 의뭉스럽게 느껴지는 감각, 자꾸만 마음속이 따끔따끔 간지러워지는 기분, 불편하고 당황스러우면서도 이상하게 점...
1. “산타예요?” “네?” “설마 루돌프?” “아, 전…….” “루돌프는 하루 종일 네 발로 기어 다녀야 돼.” 산타가 올라 타도 꾹 참고. 윤형이 허리를 살짝 숙인 채 무언가를 적으며 말했다. 혼잣말처럼 무심한 투였지만 막 옆으로 다가선 인기척을 분명히 의식한 말이었다. “상상이 안 되네.” “뭐가요?” “배이지 씨가 네 발로 기어 다니는 거.” “한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후 에필로그가 한두 편 더 올라올 예정이에요. 독자님들이 아니었다면 나비와 리나는 평생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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